티스토리 뷰

해석 ★

이 책 뒤에 덧붙여진 짧은 해설은 "산티아고 노인은 인간의 숙명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블로거는
"
그가 사투를 벌이며 잡은 물고기가
상어떼들의 습격에 의해
없어져 가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는
허탈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시련을 대비합니다

이 대목에서 끝없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련에 맞서는 인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노인이 바다 위에서 겪는 일들은
운명이 우리에게 주는 시련과도 같겠지요
하지만 그런 시련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 앞에 닥친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전진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감동하곤 합니다
"
라고 평한다.

물론 무엇을 말하려는 지 안다. 책에서도 노인의 대사로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노인의 숙명론적 태도가 아닌 '전쟁'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맹목적으로 고기를 쫓았고, 그러나 모두를 망쳐버렸고,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리 와버렸다는 사실이, 전쟁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승전국 패전국 모두에게 전쟁은 남는 게 없다고.. 헤밍웨이의 장편 대표작들이 모두 전쟁을 소재로 했기에 (앞서 읽은 '무기여, 잘있거라' 포함) 책 '노인과 바다' 또한 전쟁을 이야기한다는 나의 해석이 꽤나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p.

새벽 한기에 몸이 떨렸다. 그러나 그는 떨고 있노라면 따뜻해진다는 것과 곧 바다로 노를 젓게 될 것을 알았다.


225p.

고기는 너무 형편없는 꼴이 돼 버려서 고기에게 말을 붙일 용기도 없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반밖에 없어." 그는 말했다. "너는 이제 반이 되고 말았어. 멀리까지 나온 게 잘못이다. 내가 우리 둘 다 망쳐 버렸구나. 그렇지만 우리 둘은 상어를 굉장히 많이 죽였지. 너는 몇 마리나 죽였지? 그 뾰죽한 주둥이는 그냥 달고 있는 건 아니었겠지."

그는 만약 이 고기가 마음대로 헤엄쳐 다닐 수 있다면 상어를 상대로 어떻게 싸우려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게 즐거웠다. 주둥이를 맨 줄을 끊어 버릴 걸 그랬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도끼도 없고 칼도 없다.


299p.

바다, 그 곳에는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다. 그리고 침대는 내 친구야. 침대란 위대한 거야. 곤하게 시달렸을 때는 그토록 편하거든. 그것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전혀 몰랐단 말이야. 그런데 뭐가 너를 이렇게 피곤하게 했는가?
"그런 것은 없어." 그는 소리내어 말했다.
"너무 멀리 나갔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