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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p. ★
작품 감상은 어렵지 않다. 내가 느끼는 대로 말하면 되는 거다.
즉.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사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인생을 산다.


249p. ★
'철학이 산문이라면 예술은 시'
알렉스 : 해석이 멋있네!
나 : 시에서 영감을 받아 멋진 철학 산문이 나올 수도 있고.
알렉스 반대로, 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이 나올 수도 있고.


249p. ★
갑자기 '너 자신을 알라'가 떠오르네. 가령 내가 망치면 세상에 박을 게 보이고, '렌치'면 조일 게 보이고, '집게'면 집을 게 보이고, '사포'면 갈 게 보이고.


200p. ★
하지만 '역원근법'은 그러한 광학적인 체계를 뒤집는다. 즉, 개념적으로 보면 '역원근법'의 구조는 내가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그림이 나를 보는 거다. 다시 말해, 내가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림이 나에게로 나온다. 성화의 경우 이는 매우 시사적이다. 내가 그 분을 보는 게 아니라 그분께서 나를 보신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도. 다시 말해 신이 주체고 나는 대상이자 객체다.


59p.
태양은 매일 뜨고 지고 뜨고 지고 맨날 똑같아. 변하는 건 없어.
인간사가 어찌하건 말건 그대로 '하늘도 무심하시지'야.
...
태양은 안 변하는데 보는 사람이 변해! 그게 신기해.
그러니까 1991년인가, 청룡영화제 주연상 수상했던 배우. 아, 장미희 씨1958-! 그때 수상 소감이 '아름다운 밤이에요'였잖아. 당시에는 좀 황당하고 낯설었는지 막 코미디 소재가 됐었는데.


70p.
알렉스 : 그러고 보면 안동 '하회탈'! 이게 진짜 예술이네.
나: 진짜로! 완전 동감. 대단한 고차원의 해학이지. '슬프니까 웃지요' 같은. 얼마 전 우리, 홍콩 사진 봤잖아? 프랑스 작가 알랭 델롬Alain Delorme, 1979- 이 고층 아파트 배경으로 리어카 끌고 가는 사람을 찍은 것! 리어카에 실린 짐이 좀 황당하게 많았잖아?
알렉스 : 진짜 예쁜 사진이지, 동화나라 같은.
나: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나 그렇지 막상 사진 속 리어카 끌고 나가는 사람이 되면 인생이 참 힘들거 아냐? 즉, 멀리서 보면 즐거워 보이는데 막상 들어가서 직접 해 보면 힘들고.
알렉스 : 그러니까, 이게 프랑스 사람이 홍콩에 가서 이국적인 풍경에 취한 거잖아? 그래서 시를 쓸 수 있었던 거네? 결국 같은 시공을 호흡하는 관광객과 생활인 사이의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시.
나: 맞아! 세상에 대한 인식의 균열인 셈이지.


118p.
선생님 : 넌 왜 이렇게 그림을 빨리 그리냐?
나 : 그냥, 손이 좀 빨라서요.
선생님 : 뭐, 많이 그린다고 느냐?
나 : (...)
선생님 : 야, 그림에 진짜 고수가 되려면 말이야! 안 그리고 느는거야!
나 : 네?
선생님 : 머릿속에서 그릴 줄 알아야 돼!
나 : (깨달음) 아...


316p.
나 : 연어야!
연어 : (철퍽철퍽)
나 : 왜 이렇게 힘들게 올라가려고 애쓰는 거야? 뭣 때문에?
연어 : (...)
나 : 모험과 열정, 노력인거야? 사람들 감동시키려고?
연어 : (도리도리)
나 : 아, 그건 내 생각일 뿐이라고? 사람이 자기 생각을 투사한거라고?
연어 : (끄덕끄덕)
나 : 원래 사람이 좀 그렇잖아. 그럼, 네 진짜 이유는 뭐야?
연어 : (철퍽철퍽)


416p.
즉 죄는 미워해도 사람에 대한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


알레고리
무언가 다른 것을 말하기.


작품
자코모 발라 (1871-1958), <줄에 매인 개의 움직임>, 1912


371p.
결국, 좀 부족해도 스스로 하는 게 아름답다. 예를 들어 알렉스는 가끔씩 바이올린을 켠다. 매우 불완전하게. 그래서 듣기 힘들다. 그런데 아름답다. 내 사람이라서. 게다가 어차피 전문가도 아닌데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즐기는 게 중요하다.


420p.
결국 '지식'보다 중요한 건 '지혜'다. 이 둘의 차이는 분명하다.
'지식'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정보다. 필요하다면 당장 먹을 물고기처럼 얻으면 된다. 반면 '지혜'는 특정 분야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내 나름대로 당장 의미 있는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그래왔지만 요즘은 '지식'의 과부하와 지구촌의 광속 연결망 속에서 '지혜'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서문
'4차 혁명'이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혁명이라면 '5차 혁명'은 사람이 먼저인 예술이 혁명이 되어야한다. 영국 철학자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가 멋진 말을 남겼다. 그는 세상사를 먼저 '살기to live' 다음 단계로 잘 살기to live well', 결국 '더 잘 살기 to live better'라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먹고사는 걱정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물질적 풍요의 추구를 넘어서야 한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행복이다.


무제
즉, 이제 와서 목마르다 하소연해 봐야 방법이 없다. 결국 비워야 찬다. 놓아야 잡고, 이렇게 말하니 무슨 사랑 얘기 같다.


36p.
그러니까 '디자인'이 원체 장식을 좋아하다 보니까 '순수미술'이 좀 삐딱해진 거구먼? 다른척하고 뭔가 더 있는 척하려고, 그렇지?


188p.
알렉스
: 아니면 소크라테스 님은 도무지 양성평등 의식이 없다며 그 분의 업적 전체를 확 폄하하는 거?

: 하하하. 맞네. 개인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텐데 책임 소재를 개인으로 한정하고 한 가지 시선만으로 족쇄를 채워버리면 참 황당하겠지.
... 생각해 보면 내가 옳다는 건 당대의 환상일 수 있겠다


<한줄평>
당신이 예술에 조예가 깊든,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문외한이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찾아본 적은 없다만) 이렇게 쉽고 재밌게 예술적 인문학을 이야기해주는 책이 몇이나 있을까? '나'와 '알렉스'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전개방식도 친근하고 좋았음.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