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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오더냐

연시연 2024. 6. 22. 05:48

“사냥개는 정말 나쁜놈이다. 다 잡아다 먹으면 네 분도 풀고 내 배도 채우겠지만, 사냥개 뒤에는 일등포수가 있다. 낮이면 포수가 사냥개 뒤에 있고,밤이면 포수와 함께 자니, 잘못 건드렸다가 포수의 총에서 번쩍 불꽃이 튀는 순간 내 신세가 어찌 되겠는가?”

 

“말씀 길어질 텐데 다들 요기나 하고 또 이야기하지요. 다람쥐가 밤과 도토리를 많이 모와 두었으니 가져오라고 하옵소서.”
산군이 그러자 하니, 다람쥐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러나 여우는 저 보다 주먹이 세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저보다 만만한 놈이 떠올랐다.
“쥐도 양식 많을 테니 가져오라 하옵소서.”
이렇게 해서 쥐와 다람쥐는 모아 두었던 양식을 홀랑 털렸다. 쥐와 다람쥐 빼고 허겁지겁 열매며 씨앗을 먹고 있는데 호랑
이가 한마디 했다.
“나는 열매도 씨앗도 못 먹는데, 무얼로 요기를 하나?”
여우가 다시 은근히 말했다.
“멧돼지한테 새끼 큰놈이 사람 시장에 나가면 열 냥 값이 나간다 합니다. 멧돼지 새끼 팔아 맛난 것 바꾸어 드시지요.”

 

“오늘 우리가 우리 살 궁리를 함께 하자고 모였다. 그런데 이게 뭐냐. 사냥개는 포수 무서워 없앨 수 없다 하고, 불쌍한 쥐와 다람쥐가 모은 살림만 다 털어먹었다. 이제 쥐와 다람쥐의 부모와 자식이 굶을 판이다. 멧돼지는 새끼까지 빼앗기고,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 있다가 여우 눈에 띈 놈이 다시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 여우놈의 웃음소리 뼈 저려 못 듣겠다. 그만
집어치우자.”
호랑이가 무안해 모른 체하고 일어나니 그대로 모임이 끝났다. 여우는 호랑이 곁에 바짝 붙어 자리를 떠나며 다음에는 반드시 곰에게 화를 안기리라 별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