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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은 멸망 이후(Post-apocalypse), 디스토피아를 예언한다.

묵시록 문학의 핵심은, 멸망 후 미래가 어떻고 자시고가 아니라

감추어져있는 현재를 보는 것이다.

Apocalypse의 어원부터가 'ἀποκάλυψις (apokálypsis)  :   '덮개를 걷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이

  1. 나에게는 안일어날 것이다
  2. 국가가 어느정도 지켜주겠지

라고 내심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믿음이 환상이라면?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사고'의 유가족 허영주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그녀에게 국가가 있는가?

그녀는 위에서 말한 우리의 두가지 믿음이 환상임을 알려준다.

묵시록의 역할을 하는 셈.

 

스텔라 데이지호 사건에는 '기업'이라는 가해자가 있었는데,

기업(자본) → 목적 : 전체를 돌보고 보호 x . 돈버는것.

→ 파국적 상황 → 막기위해 누군가는 규제, 조율해야겠지.

→그건 누가하냐? → 국가다.

 

내가 재난을 당하면, 이렇게 저렇게 작동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뚜껑을 여니 그렇지 않았다.

 

 


위 내용은 참사와서사 엄기호 교수님의 특강을 필기한 것이다.

이전에 나에게 세월호나 이태원참사 같은 사건은 너무 멀게만 느껴졌고,

그 무신경함에 대한 죄책감 정도만 얕게 가지고 있었는데,

유가족 분의 이야기를 직접 마주보고 들으니,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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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나는 정치얘기를 들어도 화가 잘 안나고 몰입이 안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죄책감 정도만 가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진정 무언가에 화가 나는 것은 그 사람의 악랄함을 알아차렸을 때가 아닌,

나의 순진함을 알아차렸을 때인 것 같다.

교수님의 말마따나 나의 믿음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덮개를 열었을 때.

특강 이후로는 정치 이슈를 접하면 조금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