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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인데요.

동백이는 어린 나이에 엄마에게 버려져 외로운 삶을 살아온 인물이고요.

옹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홀로 술집을 운영하는 여성입니다.

동백이에겐 남편은 없지만 어린 아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과의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게 동백이의 유일한 바람인데, 평범하게 사는 것도 여간 쉬운 게 아닌가봅니다. 드라마는 아들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성장하는 동백이의 우여곡절을 보여줍니다.

먼저 동백이는 착하지만, 답답한 캐릭터입니다.

어려서 자신을 버린 엄마가 아프다고 하니까 본인 신장을 떼준다고 하고요, 자기 사정도 궁하면서 별 볼 일 없는 알바생 향미는 꼭 챙깁니다. 또 이번 생은 아들에게 올인해야한다면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를 포기하는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너무나 상냥하고 이타적인 동백이지만,

드라마를 보는 우리는 이런 생각이 들죠.

아니 본인을 버린 엄마에게 갚아주지 못할 망정 왜 잘해주며

자기 사정 생각해야지 누굴 돕고 있는지,

또 좋은게 좋은건데 왜 사랑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들 생각만 하는지..

착한 건 아무래도 좋지만, 이런 답답함은 부정적인 감정 아닐까요?

하지만 어째서 저는 이 캐릭터를 사랑하는 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원래 이런 답답한 캐릭터가 좀 사랑받는 것 같아요.

동백이가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관용하는 부처였다면,

혹은 자기 욕망의 끝을 달리는 복수의 화신 같은 캐릭터였다면,

저는 동백이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에는, 굳이 표현하자면 부처의 쪽으로 조금 더 기울거든요.

이런 성격이 사실적인 면도 있고, 제 가치관이랑 잘 맞아서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아요.

 

다음으로 동백이는 약해보이지만, 강한 캐릭터입니다. 외유내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재적소에 해야할 말은 꼭 하고요, 아들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싸웁니다.

캐릭터 공식 소개에서는 이런 동백이의 성격을 하마라고 표현했습니다. 풀을 먹어 괜히 온순할 것 같지만 사실은 무지 힘이 강한 하마라는데 비유가 찰떡이네요. 고구마인 척 사이다, 얌전히 강단 있고 원칙 있다는 말도 동백이를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원디렉션의 what makes you beautiful 이라는 노래 아시나요?? 너는 네가 아름다운 걸 모른다. 그게 널 아름답게 만든다라는 말도 안되는 가사인데요.

그게 제가 동백이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동백이는 예쁘고 장하지만, 정작 본인은 모릅니다. 남자주인공 용식의 격려와 칭찬에도 꾸준히 자신은 못났다고 말하는데요. 자존감이 낮다고도 할 수 있겠죠?? 아무래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미혼모라는 편견 속에서 살아왔으니까요.

자존감이 낮은 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꼭 단점이라고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없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모습이 겸손함이라고도 느껴지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정리해보면 동백이의 성격 특성은 매우 양면적입니다.

착한건 좋은데 너무 착해서 문제고요. 겉은 약한데 속은 강하고요. 예쁜게 맞는데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모순적인 인물인데, 저는 그게 바로 인간의 특성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미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부분이 제가 동백이를 그저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닌 한 사람으로 사랑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보너스로 동백이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이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의 성격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넣어봤습니당.

감사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