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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가수①  : 장기하
내가 가수 장기하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의 소재나 내용이 무척 깊고 디테일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한국 대중가요가 사랑에 빠졌을 때나, 이별 후에 느끼는 그리움을 노래한다.
또 어떤 장르에서는 언제나 돈과 시계와 차와 보석을 자랑하기 바쁘다.
장기하는, 이를테면, '등산은 왜할까'라는 곡에서 인생을 등산에 빗대며 인생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기도 했고,
'느리게 걷자'라는 곡에서 '순간의 소소한 행복에 주목하면서 살자'는 가치관을 노래에 담기도 했다.
이런 깊은 가사가 나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생각하게 해주어 무척 즐겁다.
 
둘째로 우스꽝스러운 멜로디가 좋다.
우스꽝스럽고, 그닥 멋있진 않은데 가사를 전달하기엔 매우 훌륭해보이는 멜로디를 자주 쓴다.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그렇고, 이래저래 남의 시선에 구애받고 잘나보이려 애쓰는 사람 류는 아닌 것 같다.
(장기하가 가사에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냥 그게 편하다고 한다.)
멋져보이는 것보다 듣기에 재밌는게 중요하다는 그의 가치관에 100% 동의한다.
 
좋아하는 가수②  : AJR
장기하를 좋아하는 이유와 얼추 같은데 (자연스러움, 솔직함)
그래도 덧붙이자면 AJR의 노래는 설정과 스토리텔링이 매우 재미있다.
예를 들어 'Karma'라는 노래는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The DJ Is Crying For Help'라는 노래는 도입에서 '일자리 좀 주실래요? 취하는 것 말고 잘하는 건 없는데..'라며 어떤 몸만 커버린 청년의 시점을 보여줬다. 
'Christmas In June'은 유명 가수가 일과 사랑 사이를 갈등하다가 결국 연인에게 기다려주라고 부탁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들은 황당무계한 판타지가 아니고 살면서 겪어볼 만한 것들이라 공감할 여지가 많았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에 인생의 슬픔이라든가 아름다움 같은 것이 잘 묻어나서 좋다. (경쾌한 멜로디는 덤)
 
( ※ '싫어하다'의 정의 : 마음에 들지 아니하다 O, 미워하다 X )
싫어하는 가수  : 뉴진스
나는 뉴진스가 'attention' 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그녀들을 볼 때마다 묘한 거북함을 느껴왔다.
친구들은 자격지심이라고 하던데, 그런게 진짜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니 뉴진스가 너무 잘 디자인된 '제품' 같이 느껴져서 그랬다.
어리지만 완벽해서 사람이 아닌 마치 미술관 작품이 움직이는 것 같다.
뉴진스의 <OMG> 뮤비 속 뉴진스 하니가 자신을 아이폰이라 칭하는 장면이 있다.
아이폰이야말로 잘 된 디자인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뉴진스라는 그룹이 얼마나 고차원적으로 브랜딩되었는 지는 조금 알 것도 같지만
인테리어 디자인도 운송 디자인도 아닌 인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내 취향에 안 맞는다는 것 뿐이다.
(전례에 있던 아이돌 그룹들 모두 디자인된 상품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인간냄새가 좀 풍겼다. 예를 들어 그룹 '에스파'는 거창한 광야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진짜 그 세계관에 있는 캐릭터라는 느낌보다는 어색한 느낌이 있지 않은가? 멤버 본인마저도 역할을 소화하기 부끄러워하는 모습에서 인간다움을 엿볼 수 있었다. ) 
 
 
좋아하는 작가①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가)
내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나와 같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작품에서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처를 감추거나 진실을 회피하여 고통, 분노, 실망, 체념 따위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나는 주인공이 작가의 투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루키의 주인공들이 가진 그러한 결점은 하루키 자신의 것이라고 예상한다.
작품 막바지에서 주인공은 그러한 결점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는데,
작가는 이야기를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으로 이끌고 가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배드엔딩에 가깝다.)
독자로 하여금  '역시 인생은 회피하지 않고 껴안아한다' 고 깨닫게 한다.
나 또한 주인공들처럼, 혹은 그(하루키)처럼 감정을 100%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같은 걸 안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키의 작품들은 공감하기 좋았다.
그 밖에
- 감정묘사를 오글거리게 쓰지 않는 것 
- 비유하는 센스 (적재적소에 신선한 비유를 쓴다.)
- 주인공이 매력적임 (하루키의 주인공은 대개 사려깊고 과묵하고 매너있고 부지런하다.)
등 말하자면 끝이 없을 듯 하다.
 
좋아하는 작가② : 허지웅 (작가)
이유 : 근거 있는 시니컬함! 지적여 보이려고 시크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똑똑한 사람이 차갑고 단정적이게 통찰하는 글을 적으니 정말 멋지다. (최근 작품은 스타일이 다르시긴 하다.)
 

좋아하는 작가③ :  이동건 (웹툰 작가)

소심한 인물의 내면심리 묘사를 잘해서 공감이 가고 재미있다.
캐릭터 디자인을 정말 귀엽게 잘하시는 것 같다(유미의 세포들).
 
싫어하는 작가 : 

이상하게 네이버 1위하는 작가분들의 그림체나 무드는 다 취향에 안맞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개성이 있을 것이고 작품을 감상하지도 않고 평가하는 건 실례지만, 대충 봤을 땐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껴져 매력이 없는 것 같다.
모두 사건 전개가 화려한 작품일 것 같은데, 나는 템포가 느리고 심리 묘사가 섬세한 작품 쪽을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