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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MBTI

연시연 2022. 2. 14. 13:32

안녕하세요. 저는 00학과 00학번 장시연입니다. 나이는 21살, O형, 양천구에 거주하고 있고, 취미는 그림그리기 책 읽기, 음식은 육회비빔밥 좋아합니다.
아 그리고 제 mbti는 infp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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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 된 친구에게 들었는데, 요즘은 대학 자기소개를 이렇게 한댄다. 본인 mbti를 말하게 시킨다고.
이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약 2년 전) 유행하기 시작했을때, 여느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들처럼 잠깐 뜨고 지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mbti는 마치 성별이나 혈액형처럼 인물의 기본적인 정보로 자리매김했다.

유행에 탑승해 mbti 검사를 마친 결과, 필자의 성격유형은 위에 소개한대로 INFP-A (열정적인 중재자) 라고한다. 찾아보니 대충 찐따같고 귀여운 거 좋아하고 갬성 많이 타는 유형이더라고. (아니 정확하잖아?) 나의 mbti나 당신의 mbti 특징에 관해서도 독자와 조잘조잘 대화 나눠보고싶지만,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고 이번 글은 mbti 그리고, 내 친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편의를 위해 친구를 '칸쵸'라 칭하기로 한다.
칸쵸와 소소하게 오목교 카페에서 수다를 떨던 중이다. 우리는 녹차가 좋다느니 싫다느니, 엊그제 그녀의 남자친구와 어떤 일이 있었다느니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워낙 편한 사이라 대화주제가 3분마다도 슉슉 바뀐다. 이번에는 뜬금없이 칸쵸가 자신의 mbti를 공개함으로, mbti 토크가 시작된다.
검사결과 칸쵸의 mbti 성격유형은 ENTJ 라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entj의 특징이 본인과 잘맞는다고 한다. 본인은 계획이 꼭 필요한 인간(J)이라며 본인의 인격과 ENTJ 유형의 연관성을 더욱 확고히한다.
실은 칸쵸의 mbti가 entj라는 것을 듣고 의아했다. 칸쵸에게 티를 내지는 않았으나, 그녀가 정말 entj가 맞는지 조금 의심했다. 왜냐하면 나는 칸쵸가 mbti 검사를 하기도 전에, 칸쵸도 분명 나와 같은 infp 유형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기는 커녕, n을 제외하고는 정 반대이다. 칸쵸가 나에게 굳이 mbti를 속일 이유는 없을 터, 믿기는 믿는데... 그렇다면 나는 왜 칸쵸가 infp라고 잘못 짐작했을까?

칸쵸의 MBTI는 ...

 


(잠깐, mbti는 사람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정답은 아니다. '필자는 infp다, 칸쵸는 entj다' 등의 말로 누군가의 성격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글의 편의를 위해, 위처럼 표현하게되는 점 양해부탁드린다.)

칸쵸의 성격유형은 ENTJ이나 나와 같은 INFP로 오해하고 있었다(잘못된 확신). 는 사실을 곱씹어보며 얻은 큰 깨달음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니까, 지난 8년을 칸쵸와 가깝게 지내면서, 당연하게도 서운하거나 기분 나쁜 순간이 있었다.
진부한 예시지만, 예컨대 친구가 고민을 토로한다면 나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공감하고 위로하는 편이다. 하지만 칸쵸는 다르다. 공감하고 위로하기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해결책을 생각하고 제시하려한다. 또, 무계획 인간인 나를 칸쵸가 답답해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우리 둘은 정말 다르다.

문제는 내가 그녀를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착각했기에 발생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필자는 필자 본인 중심으로만 생각했으니 서운할 수 밖에 없다. 위 예시에 빗대본다면, 나의 고민에 칸쵸가 감정적으로 공감해주지 않더라도 언짢아 할 필요는 없다. 칸쵸는 칸쵸 나름대로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고, 나는 칸쵸가 제시하는 해결책에 때때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받아들이니 이제서야 편안하다.

사람들과 잘 다투지 않는 편인데 학생 때 유독 칸쵸와는 탈이 좀 있었다. 칸쵸의 잘못이 아님에도, 혼자 쌓아두고 꽁해있다가, 문자 하나로 친구관계를 정리하려한 적도 있다(엉킨 매듭을 차분히 풀지 못하고 잘라버리려는 시도). 우리가 다르다는 걸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그때의 나는 좀 더 쿨하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너무 어렸을 때의 얘기지만 말이야,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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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일상이 되면서, '너는 T라 그렇다, F라 그렇다'... 사람 성향을 매우 극단적이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버리는, 어리석은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또한 sns에 흔히 mbti별 특징이라고 떠도는 말들에는 억지 뇌절이 매우 심하다. 이러한 부분들은 안타깝지만, 또 동시에 mbti는 소통에 도움을 주는 흥미로운 도구이기도 하다. 대학 자기소개처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서로의 성향을 더 쉽고 재밌게 파악하게 하고 / 칸쵸 이야기처럼 서로 너무 잘,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도,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성향을 이해하게 할 수 있다.

앞선 내용은 내가 mbti로 소통하며 얻은 깨달음이었다. 당신이 mbti 신드롬을 겪으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mbti가 단순히 유행을 넘어 사회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당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지도 궁금하다. 관련하여 논의해보고 싶은 점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길.
오늘도 유치하고 긴 글을 읽어주셔 감사드립니다

끗.



이 글의 Behind

칸쵸야 이거 맞냐?...

  • 칸쵸는 왜 칸쵸냐면 필자가 칸쵸 먹으면서 글을 써서 칸쵸이다.
  • 글이 완성되기 직전 칸쵸에게 먼저 보여줬는데 칸쵸는 이 깨달음(서로의 성향이 다르다.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을 머리에 넣고 산 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똑똑한 내 친구.
  • 근데 나는 내 mbti 맘에 안든다. enfj 하고싶엉
  • 오늘 하루 잘보내세용!